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침묵(沈默)에 귀 기울이라.
복잡한 인간생활이 만들어낸 소음 때문에 가장 청결하고
그윽해야 할 인간의 뜰이 날로 시들어 간다.
우리 모두가 크게 걱정해야 할 일이다.
사람의 생각을 주고받는 말이라 할지라도 자칫하면
또 하나의 소음으로 전락될 위험이 따른다.
자기 思惟(사유)를 거치지 않고 밖에서 얻어 듣거나
들어오는 대로 다시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.
침묵의 체로 거르지 않는 말은 사실 소음이나 다를 바 없다.
차를 마실 때 한 입에 꿀꺽 삼켜버리면 아무리 좋은 차라도 그 맛을 알 수 없다.
한 모금씩 입안에 머금었다가 삼키고 나면 그때부터 향취와
맛이 우러난다.
말과 침묵은 서로 상관관계를 이룬다. 뜻을 담은 말은 침묵을 배경으로 발음될 수 있고,
말끝에 오는 침묵은 새로운 뜻을 담은 말을 잉태한다.
말과 침묵의 의미를 거듭 다져서 온갖 소음에 매몰되어 시들어가는
인간의 뜰을 다시 소생시키기를 빈다.
2002년 12월 법정
출처 - 법정 말과 침묵 -
법정 法頂
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지어 홀로 20년을 사신 뒤
강원도 산골에 작은 오두막에서 청빈과 무소유의 삶을 실천 하며
자연의 벗이 된 후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곧고 정갈한 글을 통해
세상에 나누어 주셨음.
2010년 3월 11일 길상사에서 세수 79세, 법랍 56세로 입적하심.
사후에 자신의 책을 출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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